[김래이의 엔터테인먼트 칼럼 10] 페이커의 눈물, Ledends never die

롤드컵에서 스포츠맨 정신을 보다

20171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7 결승전이 열렸다. 2008년 하계 올림픽의 개막식, 폐막식을 열었던 이 곳은 8만명의 인원이 수용가능하다베이징 국립 경기장이 빈 좌석이 없이 꽉 찼고, 올해는 적어도 4500만 명이 넘게 롤드컵 경기를 시청했다고 하니 열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사드배치로 양국 갈등이 있는 중에도 한국 e스포츠는 이러한 갈등을 무색하게 했다

 

한국 선수들의 월등한 기량 때문인지 현지 팬들도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거나 선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응원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롤드컵 결승은 한국 팀끼리의 경기였다. 삼성 갤럭시와 SK텔레콤 T1. 전통의 강호 SK텔레콤에는 세계 최강의 선수 이상혁, 페이커(Faker)가 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 줄여서 세체미.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SK텔레콤은 롤드컵 4회 우승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 갤럭시에게 03 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롤드컵이 진행되는 내내 SK텔레콤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페이커가 속된 말로 멱살잡고 결승까지 끌어올려놨다. 그동안 SK텔레콤은 롤드컵 53선승제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03 완패는 모두에게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승자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챔피언 SK텔레콤과 우승자에게 도전하는 삼성 갤럭시. 도전자의 승리는 항상 짜릿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승자로 더 많이 회자되어야 할 삼성 갤럭시보다 페이커, 페이커의 눈물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중국 포털 검색어도 1위는 페이커 눈물이고, 2위는 송혜교송중기 결혼이었을 정도였다. 사실 페이커의 눈물은 팬에게도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지만, 이전에도 여러 차례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던 페이커가 경기에서 지고 눈물을 보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경기에서 패했을 때도 항상 담담했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신으로만 알고 있던 이상혁도 결국 사람이었다.’라는 반응이었다

 

페이커는 경기에서 지자 화면에 메모창을 띄워놓고(아마도 패배 화면을 보기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엎드려 울었다. 중계화면에 그 모습이 비춰지자 팬들은 페이커! 페이커!를 연호했다. 삼성 갤럭시 팀이 승리하고 SK텔레콤 부스에 찾아와 서로 악수를 하는 장면에서 사실 페이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의 영상만으로도 포털 사이트에 계속 거론되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페이커는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의 모습이다. 그는 이대호의 연봉을 뛰어 넘는 엄청난 몸값을 가진 선수이다. 하지만 제일 열심히, 오래 연습을 한다고 한다. 성실함과 인성은 그의 무기이자 그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이상혁은 뭐라도 될 사람이었음을 그의 가족도 알지 않았을까? 그에게는 또래답지 않은 진지함도 있다. 너무 일찍 프로게이머가 된 탓에 공부를 못 한 것이 늘 한이 된다는 페이커는 시간이 날 때면 항상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팬들도 책 선물을 많이 한다고 한다.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도 겉멋이 들지 않고 항상 성실한 페이커. 한 달에 쓰는 돈이 20만원 정도라는 소박한 모습, 욕도 안 하고 구설수도 없는 모습, 연습량을 해마다 늘리는 모습. 모두가 인정하고 응원하는 이유이다

 

그는 이번에 경기에 져서 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났던 것이다. 계속 왕좌에 있었던 그지만 누구보다도 우승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여지껏 계속 우승을 해왔고 한 번 쯤 진다고 해서 누구도 페이커를 무시하지 않을텐데 그는 강한 승부욕으로 그 누구보다 우승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페이커의 눈물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는데 대부분은 그 눈물이 이해가 간다, 응원한다, 더 강하게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나도 울었다 등등 좋은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고작 게임에서 져놓고 우나, 롤드컵 기사가 왜 스포츠란에 있나, 뱅이 승부조작한게 아닌가라는 부정적 댓글도 꽤 있었고 아직도 국위선양하는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우승에도 항상 간절하고 이기고 싶어하고 안주하지 않는 것은 바로 스포츠맨 정신이 아닐까? 이런 간절함이 없는 요즘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바로 스포츠맨 정신이 없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 아닐까?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더라고 열심히 하는 바로 이 스포츠맨 정신이 아닐까?

 

이상혁 선수는 중국에서 거액의 연봉을 제시해와도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이번 경기 후 군대를 간다는 말도 있고, SK텔레콤을 떠나더라도 이해한다는 말도 있다. 이상혁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응원해줄 것이고, 앞으로의 프로게이머는 이상혁을 롤모델로 열심히 선수생활을 해주길 바란다. 롤은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는 말이 있다. 페이커가 지고 울고 나서 엔딩송으로 ‘Legends never die’가 흘러나왔다. 페이커가 앞으로 어떤 전설을 써내려갈지 궁금하다.       

 

칼럼소개 : 게임,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칼렴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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