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정치칼럼 9] 기부공포증, '기부포비아'

어금니 아빠와 새희망씨앗, "이젠 기부 안 할래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거대박악종' 이라는 전 세계에 6명뿐인 희귀병을 앓는 아연이의 '어금니 아빠'.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던 이영학 씨는 자신의 병이 딸에게도 유전되었다며 가난하지만 딸을 위해 꿋꿋하게 사는 인생사를 소개하며 모금활동을 진행한다. 그는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고, TV 방송에도 출연한다. '어금니 아빠의 행복' 이라는 책도 출간하고, 아내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노래를 부르던 그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모습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가학성 성취향자로, 18살에 아내를 임신시켜 딸을 낳고 자신과 딸의 장애를 이용해 방송에 출연했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글을 여러 번 썼으며, 홈페이지도 운영했다. 그는 70만 1000원 운동을 통해 12억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그 후원금은 문신을 새기고, 고가의 외제차를 구매하고, 차를 튜닝하는 등 사치를 누리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를 가장 경악하게 만든 것은, 딸의 친구를 대상으로 저지른 범행이었다. 피해자인 학생이 오랜만에 만나자는 이씨 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딸을 만나러 왔다가, 이씨에게 살해당한 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버려진 것. 앞에서는 딸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희귀병을 앓고 있지만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노력파의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그의 본모습은 흉악한 범죄자였던 것이다.


 자신들이 기부한 돈을 정말 의미있게,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호화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몇 달 전 '새희망씨앗' 이라는 기부단체가 거액의 기부금을 흥청망청 써 버려 국민적 공분을 산 일도 있었다.  불우 청소년과 결손아동을 돕기 위해 수년에 걸쳐 모금한 기부금 128억 원을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어금니 아빠 사건, 새희망씨앗 사건 등 많은 사람들이 선의로 낸 기부금들이 올바르지 않은 곳에 사용되는 사건은 자주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극심한 분노와 허탈감은 기부에 회의를 느끼게 했다. '이제는 기부하지 않겠다' 라며 기부를 피하게 되는 '기부포비아' 까지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잔뜩 움츠러든 '기부 민심'. 올 겨울,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지며 개인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로 인해 정말 기부가 필요한 사람들까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연탄은행은 '올해 후원금이 감소한 데다 연탄 가격까지 상승해 비상이 걸렸다' 며, '연탄 구매비용은 더 늘어난 상황에서 후원을 되레 줄었다. 한 가정에 200장씩 제공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연탄을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고 말했다. 


 기부포비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비영리단체의 설립부터 공익성 인증, 활동의 사후 검증까지 기부 제도 전반을 책임지는 총괄관리기관의 신설이 필요하다' 며 '기부 총괄기관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거나 자선단체위원회처럼 독립된 위원회를 두는 방안, 정부 산하의 민간위원회를 두는 방안 등 다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기부금 단체의 모금액과 사용실적을 기부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역시 필요할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모든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재산에 대한 보고의무는 있지만 비공개가 원칙이고, 일정 규모 이하의 공익법인은 기부자조차 전혀 알 수 없도록 정보가 통제되어 있다'며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자정기부금 단체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포비아. 욕망의 그림자로 인해 사회에 드리워진 암울한 어둠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기부포비아의 해법을 제시되어, 사회의 어둠을 걷어내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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