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석의 사회 칼럼 7] 콜럼버스, 그는 위대한 탐험가인가 침략자인가

1492년 8월 3일 금요일은 어떤 날일까. 바로 신항로개척 시대의 탐험가이자 잔인한 약탈자로도 불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돛을 내린 날이다. 콜럼버스를 중심으로한 산타마리호 선원들은 스페인 팔로스 항을 떠난 지 69일 만에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 조각과 새들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분명 육지가 멀지 않다는 표시임이 틀림 없었다. 또한 10월 12일 이 원정대는 검은 피부의 원주민들이 '구아나하'라고 부르는 섬에 도착했다. 산타마리아호 선장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그 섬을 ‘산살바도르’라고 부르고 스페인 영토로 선언했다. 


콜럼버스는 3개월 동안 상륙하는 섬마다 스페인 이름을 지어 붙였다. 그는 이후 세 번이나 신세계에 발을 디뎠다. 네번째 항해에서 중앙아메리카 해안에도 갔었으나 상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야심과 자만심 때문에 스페인 왕실의 도움을 더이상 받지 못했으며 관절염 등 병마에 시달리다 1506년 5월 20일 거의 잊혀진 사람으로 세상을 떠났다. 콜럼버스는 죽는 날까지 자기가 발견한 섬들이 아시아 동해안의 섬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발견한 신대륙은 그가 죽은 다음 해, 친구이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탈리아 모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 ‘아메리카’로 명명 되었다. 모험가들에게 도전의 꿈을 심어준 그의 업적은 이후 30년이 지나서야 인정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은 10월 12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정했다. 미국은 1934년부터 공식 연방 국경일로 지정했고, 1971년에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기념일을 변경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3일 연휴를 즐기고 대형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하고 전염병을 전파했다며 재평가를 주장하는 시위대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바꾸는 도시들도 늘어나고 있다. ‘콜럼버스 데이’를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콜럼버스 동상은 철조망에 갇혔다. 코네티컷주 해변공원의 동상은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있다. 찬양과 ‘어두운 역사’가 엇갈리면서 신대륙 발견의 영웅이 재평가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콜럼버스는 과연 위대한 탐험가일까, 혹은 무고한 원주민들을 학살한 약탈자일까. 정답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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