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10] 첼시vs왓포드, 그 경기의 골들

골 장면 분석

지난 주 EPL 경기 일정에서, 첼시와 왓포드의 경기는 이목을 집중시켰다. 리버풀과 토트넘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나을 수 있는 상위권들 간의 매치업 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의 자격이 잇는 견고한 수비와 탄탄한 중원, 화려한 공격, 삼박자가 두루 갖춰진 첼시, 이번 시즌 막강해진 공격진을 바탕으로 하는 경기마다 재미를 보여주며 상위권으로 올라온 왓포드의 예고된 맞대결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의 수준은 더 아름다웠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많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골이었다. 그들의 가치와 순위를 증명해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물로 달려드는 고기인 골들을 분석해 보았다.

 

 

 

 

 

장면 1: 11분 첼시1-왓포드0-페드로

 

첼시의 첫 골은 아름다움이라는 형용사와 가장 잘 어울렸다. 코너플레그 부근에서 아자르가 공을 잡았다. 워낙 위협적인 그인지라, 박스 안의 수비수의 시선은 모두 아자르에게로 쏠렸다. 다들 아자르의 크로스를 예측해 좋은 위치인 바카요코, 모리타만 의식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오른쪽이었다. 공은 굴러서 수비수로부터 자유로운 페드로에게 도달했고, 페드로는 오른발로 슈팅을 때렸다. 클레버리가 뒤늦게 쫓아가 보았지만 때는 늦고 말았다. 오른쪽 크로스를 오른발로 때린 그의 선택에 키퍼 고메스조차 반응하지 못 했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장면 2: 45+2분 첼시1-왓포드1-두쿠레

 

왓포드의 멍군은 전반 막판 홀레바스의 초장거리 드로인에서 나왔다. 홀레바스가 드로인으로 박스안의 페레이라, 디니를 겨냥해 붙여주었다. 루이스, 뤼디거, 바카요코는 순식간에 그들을 에워싸 공을 헤딩으로 걷어냈다. 하지만 너무 약했다. 결국, 모라타의 느슨한 마킹에 힘입어, 두쿠레가 공을 아웃프런트로 때려 넣었다.

 

 

 

 

장면 3: 49분 첼시1-왓포드2-페레이라

 

왓포드 공격진 케미가 가장 빛을 발한 득점이었다. 반면, 첼시에게는 캉테가 생각나는 실점이었다. 바카요코가 좋지 않은 미스를 하자, 페레이라는 공을 빼앗아 디니에게 내주었다. 그 때, 첼시의 수비진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 중앙으로 밀집해 있었다. 히샤를리송의 마크맨이었던 뤼디거도 마찬가지였다. 디니는 뤼디거로 인해 벌어진 공간으로 공을 보냈고, 히샤를리송은 잡아냈다. 크로스의 위험속에서, 첼시 수비진들은 디니를 견제했다. 그 때, 디니가 쇄도했고, 모두가 동참했다. 그러나 이것은 디니의 속임수였다. 모두를 속인 디니는 유유하게 공을 흘렸고, 뒤에 있었던 페레이라가 너무나도 쉽게 골망을 흔들었다. 쿠르투아까지 속인 디니의 쇄도는 골의 일등공신 이었으며, 축구선수의 움직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환상적인 플레이였다. 그의 덕에, 왓포드는 분위기를 잡았다.

 

 

 

 

장면 4: 70분 첼시2-왓포드2-바추아이

 

첼시의 동점골을 축구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들어갈 수 있는 골의 표상이었다. 부수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플레이는 깔끔했다. 첫 번째 골의 주인공인 페드로의 크로스는 일품이었고, 바추아이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다. 왓포드는 첫 골과 비슷하게 박스 안 4명의 수비수가 돌아들어오는 바추아이를 보지 못했다. 그의 마크맨인 카바셀레도 좋지 못했다.

 

 

 

 

장면 5: 86분 첼 시3-왓포드2-아스필리쿠에타

 

첼시의 역전골은 이전의 골과 상당히 흡사했다. 자파코스타가 발재간을 부려 공을 윌리안에게 넘겨주었고, 윌리안의 깔끔한 크로스는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그 때, 공은 먼저 뛰어오른 카바셀레의 머리에 맞았다. 그리고 방향이 바뀐 공은 달려오는 탄코(아스필리쿠에타)의 머리에 정확하게 붙었다. 탄코의 예측된 쇄도, 그에 대비하지 못했던 왓포드 수비진의 합작품이었다. 첼시는 강한 측면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고, 탄코의 팀 사랑 세레머니도 볼 수 있었다.

 

 

 

 

장면 6: 90+5분 첼시4-왓포드2- 바추아이

 

첼시의 마지막 골은 왓포드 수비진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서 나왔다. 윌리안의 스루패스를 가로챈 브리토스는 그대로 앞 공격수들에게 토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약했던 칩 킥은 바카요코에게 막혀 그대로 전방의 바추아이에게로 이어지게 되었다. 카바셀레는 그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바추아이의 밸런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서, 첼시는 측면 활용의 예시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의 4골 중 3골이 측면에서 나왔으며, 골이 아닌 측면의 장면들도 꽤나 날카로웠다. 왓포드 또한 히샤를리송-디니-페레이라로 이어지는 공격진의 막강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비 집중력과 시야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비록 수비 실수가 나긴 했으나, 두 팀의 경기는 정말 아름다웠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여럿 있을 때 좋은 경기가 나온다는 통설을 제대로 입증해준 경기였다. 결과에 상관없이 필자는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두 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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