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의 생활과학 칼럼 7] 초고층 건물에는 댐퍼(커다란 강철공)가 있다?

바람과의 싸움, 댐퍼

우리나라의 제일 높은 빌딩이라고 생각하면 63빌딩을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2017년 4월 3일 우리나라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건물이 지어졌다.

 

바로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초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이다. 전 세계에서 4번째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이 건물은 지어지고 나서도 무너질 것 이라는 등의 여러 소문을 몰고 다니며 저렇게 높은 건물이 지어졌다는 것에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오늘도 굳건히 서있으며 최근에는 전망대까지 개장하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러한 초고층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을 꼼꼼히 살피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적 원리로 ‘바람과의 싸움’을 해야하는 것이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바람의 세기가 매우 커지며, 그로 인해 약한 바람이라도 건물의 진동수에 맞추어 계속 분다면 공진현상에 의해 건물을 무너뜨릴 엄청난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초고층 건물은 지진이나 바람의 흔들림을 서서히 흡수하는 탄력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마치 강풍이 불 때 뻣뻣한 고목은 뿌리째 뽑혀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는 끝까지 견디는 원리이다. 그러나 탄력적인 구조만 갖출 경우 빌딩이 내내 흔들리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러한 진동을 줄이기 위해 초고층 빌딩에는 과학 원리를 이용한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 할 댐퍼이다.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 중 하나인 타이페이 101 빌딩의 88층과 92층 사이에는 지름 6m, 무게 660t에 달하는 커다란 강철공이 매달려 있다. 이 강철 공이 바로 댐퍼 및 TMD, 즉 동조질량감쇄기라 불리는 장치이다. 고층 건물일수록 고유주기가 길어져 바람과의 공진현상에 의해 진동이 급격히 증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진동은 특정주기에만 크게 발생하므로 건물의 진동주기를 변화시키면 줄어들게 되고, 이 경우 동조질량감쇄기 같은 진동제어장치는 초고층 건물의 진동주기를 변화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주위에 8개의 유압 범퍼가 설치돼 진동을 흡수하는 이 강철공은 건물이 바람에 흔들릴 때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덜 흔들리게 하여 타이페이 101의 최대 진동치를 1/3 이상 줄여준다. 또한 관광코스로 건물 내에 노출되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며 초고층 건축의 과학적 원리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놓았다. 몇 년 후 세계 최고의 빌딩이 될 버즈두바이 빌딩에도 이런 동조질량감쇄기가 사용될 계획이라고 하는데 중동의 거센 모래바람을 잠재울 강철공의 규모는 얼마나 될지 기대된다.

 

 

 

 

 

우리나라 건축사도 댐퍼를 이용한 고층 건물을 지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희림이 설계와 공은 터키의 텍펜(Tekfen)사가, 구조설계는 미국의 TT(Thornton Tomasetti)사 가 진행하는 건설사업관리(CM)를 동시에 수행한 건축물인 소카타워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38층 규모의 오피스건물이다. 종합 건축 사무소가 설계를 한 이 건물은 지난 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만국 건축도시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타워는 현제 급속한 발전과 어울리는 상승적인 곡선의 변화와 국가 상징인 불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커튼월을 적용해 수직적인 상승감을 강조한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특히 입면 디자인은 LED 조명을 사용해 불의 이미지 등 다양한 형상의 미디어 파사드 연출이 가능하게 설계를 하였다.

 

소카 타워는 강진 및 강풍지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최고 수준의 내진설계를 적용해 지진규모 7.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지은 건축물이다. 이 건물 최상부에도 450톤 규모의 수평 슬라이딩 방식의 최첨단 동조댐퍼(TMD, Tuned Mass Damper)를 설치가 되어있다. 이는 건물의 진동을 감소시켜 태풍이나 가벼운 지진 발생 시, 사용자가 흔들림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댐퍼를 이용한 건물들이 이미 건축되어 있고 앞으로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높은 건물에 들어간다면 내 머리위에도 커다란 추가 매달려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

 

칼럼소개: 여러분들에게 유익하고 일상생활에서 볼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과학 사실, 상식등을 전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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