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후원할 가치가 없는 K리그? 유명 브랜드의 'K리그 손떼기'

"브랜드 입장에선 K리그 구단을 후원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한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가 SNS에 남긴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스폰서들의 K리그 외면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K리그 시장가치 하락을 지적한다. 날이 갈수록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K리그가 더이상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K리그 소속 구단의 유니폼에서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은 클래식에 두 팀(수원삼성, 울산현대), 챌린지에 한 팀(부산아이파크) 뿐이다. 대표팀을 후원하는 나이키도 K리그에서 손을 뗀지는 오래다. 




어느덧 K리그도 스플릿 라운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리그 막바지에 치열한 순위경쟁 중이라 남은 기간동안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도 바쁜데 큰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용품 스폰서 마련이다. 스폰서는 팀의 얼굴이자 팬들의 로망이다. 선수들이 입는 옷을 내가 입고 90분동안 관중석에서 함께 뛴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K리그 인기 하락 등을 이유로 K리그와 작별하고 있다.


# 왜? 글로벌 브랜드는 K리그를 외면하는가?


브랜드가 구단을 후원하는 이유는 후원에 플러스로 구매가 붙기 때문이다. 싸카나 키카 같은 도매 총판에서는 이를 단체복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구단을 후원함에 있어 발생하는 직접적 매출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단순한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 후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는 '축구'라는 주제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자 한다. 하지만 K리그에서 이 행위를 하는것이 쉽지는 않다. 이게 바로 나이키가 K리그에서 일찌감치 손을 뗀 이유고 아디다스 등이 그 길을 뒤따라가는 이유이다. 


구단은 자신들을 후원해줬으면 하는 브랜드에게 제안하는 것이 10년 전과 똑같다는 것이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의 의견이다.  글로벌 브랜드는 당장 눈앞에 이익보다 몇십년은 멀리보며 브랜드의 인지도를 더 우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K리그의 인기가 해외축구와 비교했을때는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당장 미래를 확신하는 것은 다소 무리다.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는 K리그를 후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디다스와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수원삼성은 자이크로와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소문이 일각에서 돌고 있다. 자이크로가 수원삼성과 계약을 맺는다면 자이크로에게는 최고의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아디다스 입장에서는 수원삼성과의 재계약이 결렬된다고 회사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중소 브랜드 기업장려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K리그 타 구단이 글로벌 브랜드와 계약하는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팬들의 눈도 낮아져 K리그 흥행에는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 K리그 구단들의 안타까운 현실


유명 브랜드의 "K리그 손떼기' 현상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수원삼성블루윙즈이다. 수원삼성는 올해 아디다스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대부분의 경우 재계약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원삼성과 아디다스의 재계약이 확실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축구계는 떠들썩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구단과 스폰서간의 재계약 불발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삼성은 K리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팀 중 하나이고 아디다스는 최근 몇년간 리그 전체를 후원하는 등 가장 성실히 K리그와 인연은 맺어온 글로벌 브랜드이다. 




수원삼성과 아디다스의 재계약은 미래를 바라보는 K리그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이번에 수원삼성이 아디다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나머지 K리그 팀들도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리그 전체를 후원하는 스폰서마저 구하기 힘들어진다면 K리그는 기억속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즉, 수원이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K리그가 글로벌 브랜드의 이목을 사로잡을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 현실적인 탈출구는 어디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아예 눈을 중소 브랜드로 바꾸고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의류가 예쁘고 로고에 자부심을 가지고 물건을 사는 이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중소 브랜드만이 K리그를 후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표준화 시키면 브랜드간의 격차도 줄어들고 이게 구단 재정과도 직결된다면 경기력은 향상되고 더 박진감 넘치는 K리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리그단위 계약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지난 2013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그에 소속된 전체 구단이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다. 리그에 소속된 16개 팀이 모두 나이키 옷을 입고 뛰는 것이다. 중국이야 워낙 시장규모가 크고 미래가 뚜렷하니 나이키가 이를 독점한 사례이다. 물론 K리그의 흥행치가 지금 수준에서 머문다면 당연히 힘들것이다. 하지만 연맹을 중심으로 구단이 하나로 모여 일궈나간다면 머지않아 K리그도 글로벌 브랜드에서 독점 후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흥행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바라보고 K리그의 지속적인 발전과 흥행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체제를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와 잠시 이별할 수도 있겠지만 잘 준비해서 먼 훗날 K리그 클래식부터 챌린지까지 전 구단의 서포터즈들이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레플리카를 입고 90분동안 선수들과 함께 뛸 날이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축구계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읽어주는 축구 전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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