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9] 신태용호에 대한 고찰

한국은 지난 6일 우즈벡과 비기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이었다. 하지만, 본선 진출을 자랑스러워 한 것은 경기를 했던 선수들, 그들 뿐 이었다. 결과를 자랑스러워한 그들과 달리, 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대업에도 축하박수가 울려 퍼지지 않은 것은 형편없는 경기력인 까닭이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은 결과와 과정이 대척점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논란이 화력을 더해간 것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이란전 이후였다.

 

신태용 감독은 소방수였다. 성남 감독시절 좋은 모습을 보이고, ‘골짜기 세대라 불리는 U-20대표팀을 16강에 안착시켰다. 국가 대표팀의 수석코치로써 제 몫을 다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긴 해도 그 시절의 신태용 감독은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상황은 바뀌었다. 국내 감독 중 가장 전술이 뛰어나다는 평이 있던 그의 전술은 상대에 맞춰, 선수에 맞춰 돌아가지 않았고, 전술을 수행하는 선수들조차 발이 잘 맞지 않았다. 정비되지 않은 수비진은 대인 수비대신 걷어내기 기술을 뽐내기 일쑤였고, 유럽파로 이루어진 공격진은 활발한 네트워크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일들이 그의 부임 이후 나타났을 뿐더러 마법과도 같이 악화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실 뛰어난 소방수로 유명했던 그가 더 빠른 승진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고질적 용두사미기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토너먼트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조차도 안정보다는 실험을 택했다. U-20월드컵 온두라스 전 때에도, 우즈벡 전 때에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러한 실험이 전해주는 의미는 신 감독은 과도한 전술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최대 장점은 전술이다. 상대에 따른 변화무쌍한 전술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소방수역할의 감독에게는 이런 전술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축구에서 소방수는 팀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최대의 결과를 내어서 그 위기에서 구해주는 감독이다. 전술의 실험보다는 안정감과 조직력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해야 승산이 있다. 신태용 감독의 두 경기 모습은 이 두 사실을 배제한 채 팀에 맞지 않는 전술과,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들로 도배되었다. 효과적 플레이를 벌이지 못한 선수들도 문제였지만, 그 근본적 원인은 그들에게서 그런 플레이가 나올 수 없게 만든 전술이었던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콘테 감독은 저번 시즌 초, 팀에게 맞는 전술을 찾기 위해 몇 경기를 실험에 소비했다. 대패한 경기도 있었고, 승리한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팀에게 딱 맞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을 찾은 후, 시즌 말미까지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리그는 중요한 경기의 연속이기 때문에 실험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태용 감독도 월드컵이란 대단한 무대에서는 실험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전술은 분명 그의 최대 장점이다. 그 부분은 그 누구도 반박 할 수 없다. 하지만 월드컵은 평가전이 아니다. 유럽축구 리그처럼, 한 경기만 실수하면 위험해지는 모든 경기가 완벽해아 하는 대회이다. 실험을 하기에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나도 간절하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은 환희와 감동에 물들었다. 축구가 주는 감동에 흠뻑 젖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써, 경험하지 못 했던 감동의 순간이기에, 다가오는 월드컵에 그 느낌을 받아보고 싶은 열망이 크다. 모든 축구 팬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신태용 감독에게 더 기대하고 더 실망하는 것 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 때 성공한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신태용 감독이 자신과 팬들을 당혹케 했던 전술적 실험, 그에 따른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고, 그 시절, 2002년처럼, 국민들에게 분노 대신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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