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의 시사칼럼 7] 베네치아의 두 얼굴

관광객은 오고 주민은 떠난다? -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살펴보자.

여름방학을 맞아 이탈리아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 지중해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휴양지인 포지타노부터 패션의 도시, 밀라노까지 구두의 시작점부터 끝을 잇는 9박 10일간의 긴 여행이었다. 이탈리아의 남쪽부터 철도를 타고 밀라노로 올라가면서 여행을 했는데 밀라노를 제외하고는 현대적 건물 하나 없이 1800년대의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사이 사이로 조그맣게 난 골목들과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마차가 다녔을 법한 돌로 된 길, 어디를 가도 보이는 수많은 성당은 그곳에 수백 년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피렌체의 가장 높은 곳인 피렌체 대성당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모습은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형식의 건물들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내가 진정으로 과거 유럽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짐작해볼 기회를 주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동안 열흘 중 단 하루, 매우 적은 양의 비가 내렸다. 계속 매우 맑은 날씨가 지속하였고 37도의 뜨거운 날씨 속 콜로세움을 관광하다가 거의 탈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평년보다 극심한 가뭄과 미친 듯이 더운 날씨에 전문가들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 가족은 가장 더운 오후 2시 무렵에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이러한 날씨에 산불까지 더해져서 이탈리아는 올해 사실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2주만 더 일찍 여행을 갔더라면 여행에 있어서 더 큰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의 주민들의 반 관광 운동이 그 시기에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현재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에서 반 관광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운동(시위)여서 정식 명칭은 따로 없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하여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관광을 반대하는 운동인 만큼 필자는 짧게 '반 관광 운동'으로 이름 붙였다. 필자가 반 관광 운동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이탈리아에 대해 많이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시위하고, 관광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반 관광 운동이 여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관광을 주 수입으로 하는 도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의아했다. 그리고 '자신을 몰락하는 길' 임을 잘 알지 못하는 베네치아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만의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반 관광 운동을 하는 도시의 주민들이 주장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우선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도시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네치아에 여행오는 관광객의 수는 2,800만 명 정도 이다. 관광객들은 가끔 수 천명으로 모여 한 번에 베네치아 시내 내부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과거 한 여객선이 10,000명의 단체 관광객들을 실고 베네치아의 항구에 도착했다. 너비 200미터, 28여 미터 높이의 이 여객선은 베네치아의 어떤 건물들 보다도 높았으며, 이미 꽉찬 San Marco 광장에 여행객들이 더 유입되면서 통행이 불편한 것은 물론, 건물의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이동하며 남긴 쓰레기는 엄청난 양이였다. 그 여객선만 특별히 많은 사람들을 실고 온 것이 아니다. 매일 그 배 8척이 실을수 있는 인구가 베네치아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쓰레기통도 제대로 없는 조그만 섬 도시에 8만이나 되는 사람이 들어오니, 그로 인한 소음 문제, 문화 유적 훼손, 쓰레기 처리 문제는 극심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베네치아에 갔을 때도 가장 유명한 San Marco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 주변의 모든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 번째로, 도시가 점점 비싸지고 있다. 반관광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들의 식료품 가게, 푸줏간, 빵 가게, 서점은 기념품 가게 때문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필자가 베네치아에서 보았을 때도 일반적인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마트나, 빵가게 등은 별로 없었고음식점이나 베네치아의 상징인 가면과 망투, I Heart Venice 같은 셔츠를 파는 기념품 가게는 골목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가 관광지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여러 필수적 요소들이 점점 사라지면 물가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업체들로 인하여 집을 잃게 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혹사 당하고 있다. 현재 55,000명의 주민이 베네치아에 거주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된 거주 공간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존재하는 거주 공간은 베네치아의 외곽에 몰려 있었다. 베네치아인들은 도시가 관광지로 전락하며 생기는 여러 부작용을 견뎌내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베네치아인들을 비롯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는 도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분으로 접근해 보았다. 베네치아는 #EnjoyRespectVenezia 라는 켐페인을 시작했다. 다이빙 금지, 광장에서 음식 반입 금지, 쓰레기 바닥에 버리는 것 금지 등 사소하지만 제대로 지켜야 하는 관광 수칙 6가지를 발표했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10개국어로 번역되었고 최대 500유로의 벌금이 부가될 수 있다고 밝혀 엄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베네치아 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반영했다고 한다. 관광지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여러 것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도시들이 노력하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은 숙소를 주요 관광지 바깥 쪽에 정하도록 요구하는 글을 공식 웹사이트에 공지했고 인기가 적은 다른 관광지들도 소개하며 여행객들을 혼잡한 공간에서 멀리 떼어 놓으려고 하였다. 이 많은 노력들은 취지는 좋았으나 빠르게 추진하다 보니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관광객, 도시, 거주민 모두가 함께 추진해야만 지금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관광객은 자신들이 여행하는 관광지가 한 사람, 한 가정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임을 되새기고 자신이 살던 곳 보다 더 아끼며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거주민은 불특정한 관광객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삼가하고 도시와 협력하여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며, 반대로 도시도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관광 수입보다 주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내게 뜻깊고 유익한 여행이었다. 가는 곳 마다 오래된 역사가 숨어있었고 특히 로마의 콜로세움과 피렌체의 모습은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꼭 추천하고 싶다. 반관광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고 관광객과 관광지의 주민이 서로를 존중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이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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